겨울여행에 있어 눈만큼 반가운 이벤트는 없을 터. 특히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진 오지에서 만나는 설국의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눈꽃여행의 복병은 다름 아닌 ‘눈’. 눈꽃열차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눈꽃열차는 자동차 등으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곳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눈 소식이 반가운 겨울, 눈꽃열차에 편승해 설국에 대한 로망을 실현해보는 건 어떨까.  

■ 파란 하늘과 하얀 땅의 조화를 꿈꾸다

눈꽃열차의 매력은 단지 도착지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는다.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복잡한 도심의 모습 대신 자연이 빚어낸 소박한 눈 세상이 휙휙 지나간다. 1998년 당시 하나의 코스로만 운행되던 눈꽃열차는 이제 전국의 유명 눈꽃 명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눈꽃세상이 허락한 유일한 객인 눈꽃열차를 타고 세상 단 하나의 풍경을 연출하는 눈꽃명소로 떠나보자.

눈꽃열차의 역사를 연 환상선 눈꽃열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 눈꽃세상으로 세상과 가까워진 승부역,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역을 경유하는 기차다.

청량리역을 출발한 환상선은 점심 즈음 첫 번째 정차역인 추전역에 도착한다. 해발 855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추전역은 그 자체로 시대극의 한 풍경처럼 오래 묵은 시간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은 커녕 오히려 난로를 피워야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그래서 굳이 눈 오는 날이 아니어도 이전에 내렸던 눈이 그대로 남아있어 겨우내 설국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다음 정차역이자 환상선의 주 무대인 경북 봉화의 승부역은 눈꽃열차로 인해 세상에 알려진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위치한 승부역은 하루 35대의 기차가 지나고, 상행선과 하행선을 합쳐 6대의 객차가 30초씩 머무는 간이역. 2평이 안 되는 간이 대합실은 철길과 철길 가운데 있으며, 역사에서는 표조차 팔지 않는다. 버스 타듯 기차에 오르면 안에서 역무원이 계산해주는 방식이다. 산촌오지인 승부는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리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런 연유로 문명이 침입한 흔적이 없는데다 순결한 눈까지 뒤덮인 승부의 모습은 이방인들에게는 생경한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승부역에서 눈과 마음을 정화했다면, 경북 풍기역에서는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여행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풍기역 인근에는 풍기 인삼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싱싱한 수삼을 비롯해 홍삼, 인삼캔디, 인삼주 등 인삼의 고장다운 면모를 만끽할 수 있다. 환상선 코스는 아니지만 풍기역에서 멀지 않은 소백산 눈꽃여행도 즐겨볼만 하다. 아기자기한 멋이 일품인 소백산 눈꽃 트레킹과 눈 온 다음이면 더욱 운치 있는 부석사 설경도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 또 하나의 환상선, 태백선 눈꽃열차

눈 하면 빠뜨릴 수 없는 태백의 첫 여행지는 눈꽃축제의 주 무대인 태백 당골 눈꽃축제장. 이곳에서는 상설이벤트인 국제눈조각품 전시회를 비롯해 눈사람 페스티벌, 개썰매 타기 등 눈과 더불어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눈꽃축제 현장에서 눈의 다양한 변신을 체험했다면 다음엔 태백산의 명물인 주목을 볼 수 있는 산 정상으로 향해볼 일이다.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하얀 설원 위로 한 곳을 향하고 있는 주목 군락은 한편의 서사시처럼 장관을 연출한다. 이외에도 당골에서 천제단까지의 트레킹 코스(2시간 30분 소요)는 겨울에 더욱 매력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또, 1470미터의 높이에 위치한 망경사 경내에는 한국의 명수 1백선 중 으뜸수로 꼽히는 ‘용정’이라는 샘이 있다. 태백산 정상에 있는 높이 3미터의 원형제단인 ‘천제단’은 개천절에 천제를 지내는 곳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라면 태백산 눈썰매장을 이용해도 좋다. 해발 80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눈썰매장에는 하루 3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슬로프가 마련되어 있다.

■ 덕유산 눈꽃 열차 타고 남도를 달린다

경상남도 거창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설천면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주봉우리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대봉, 중봉, 삿갓봉 등 해발 1300미터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룬다. 특히 덕유산은 겨울에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이르는 산으로 눈이 오지 않아도 겨울 내내 상고대가 핀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상고대란, 습기를 머금은 구름과 안개가 급격한 추위로 나무에 엉겨 붙어 만들어진 서리꽃으로 해발 1000미터 이상 고지에서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이상일 때만 피는 귀한 꽃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설경이 도드라진 곳이라도 눈길을 헤치며 1600미터가 넘는 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을 터.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는 15분이면 험준한 산을 가뿐하게 넘어 향적봉 바로 밑의 설천봉으로 데려다 준다. 산 중턱에 눈구름이 깔린 날 이면 그야말로 구름 위에서 산책하는 느낌을 만끽하게 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오르는 시간은 쉬엄쉬엄 걸어 20분. 눈꽃 터널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향적봉이다. 눈이 푸짐하게 내린 날이면 향적봉 기슭에 무리지어 서 있는 구상나무와 주목의 눈꽃까지 합세해 산 정상은 순식간에 눈꽃 잔치가 벌어진다. 덕유산 눈꽃여행과 무주리조트 여행을 겸한 덕유산 눈꽃열차는 오전 8시 용산역을 출발해 저녁 7시 50분이면 다시 용산역에 도착할 수 있다.

눈꽃열차는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12월 20일경부터 이듬해 2월초까지 운행하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철도공사 홈페이지나 철도고객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짧은 시간 안에 짜임새 있는 눈꽃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철도공사와 연계한 여행사들의 여행상품을 활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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