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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초록이 번지는 시기다. 이즈음,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 자연은 마음껏 그 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자연이 빛나는 장소일수록 정작 자연보다는 인파로 넘쳐나는 게 현실. 전통정원을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복잡한 도심 속 빌딩숲이나 흙냄새 섞이지 않은 베란다 정원의 기억 따윈 한 순간에 잠재워줄 천연의 정원,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 사이에 존재하는 풍경에 잠시 취하여 자연과 한나절 유희에 빠져도 좋으리라.■ 옛 왕족의 풍류를 흉내내볼까 나들이에 많은 시간을 내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도심 속 옛 정원을 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옛 왕족들의 풍류에 있어 빠지는 법이 없었던 궁궐의 정원들. 그 중에서도 창덕궁 후원은 전통정원이 가진 아름다움을 구석구석에서 보여주는 궁궐 정원의 백미다. 일제시대 ‘조선의 궁원(정원)은 상당히 비밀스럽게 생겼다’는 의미의 ‘비원’으로 비하된 창덕궁 후원은 현재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정자와 연못, 수목이 한데 어우러진 대표적인 전통정원인 까닭이다.
전체적인 구조는 한국정원의 ‘교과서’인 창덕궁 후원을 중심으로 삼았고, 입구의 보화문은 덕수궁 유현문을 본떴다. 진입로의 죽림은 별서정원의 대표작인 담양 소쇄원에서 모티브를 땄다. 꽃담의 길상무늬는 경복궁 자경전의 굴뚝, 후원은 창덕궁 낙선재의 화계를 원형으로 했고, 연못은 경북 영양 서석지, 석축은 영주 부석사의 것이 모태다.
제월당 주변에는 회화나무와 산수유, 그 옆으로는 편백나무와 석류나무 등이 자란다. 나무의 수령으로 보아 후대에 심어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아무 나무나 함부로 심은 것은 아니다. 회화나무는 원래 선비나무로,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한다고 해서 학자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상서롭다 해서 길상목(吉祥木)으로도 불렸다. 산수유는 가문의 번성을 뜻하는 나무다. 철쭉은 꽃의 크기가 다른 꽃보다 크고 화려해서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그러고 보면 소쇄원의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에도 옛 주인인 양산보의 생각과 철학이 담겨있는 셈이다. ■ 그 외에 가볼 만한 전통정원 ▶ 섬 속의 정원, 완도 부용동 정원 고산 윤선도가 51세 때 제주도로 내려가던 중 보길도의 경치에 매료되어 지은 별서정원이다. 그가 ‘선경’이라고 찬탄했듯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한국식 전통정원으로 세연정 일대가 이곳의 핵심 구역이랄 수 있다. 산에서 흘러내려온 시냇물을 막아 만든 세연지와 회수담이 있고, 두 연못 사이 인공 섬에 세연정을 세웠다. ▶ 조선시대 민가의 정원, 양양 서석지 정원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가 연못. 요(凹)자형 연못의 물 위로 드러나거나 잠겨 있는 바위들인 서석군(瑞石群)이 이곳의 주요 풍경으로 서석지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바위는 대략 물 위에 보이는 것이 60개, 잠겨 있는 것들이 30개 정도이다. 이곳 주인이었던 석문 정영방은 이들 바위마다 유교적 생활철학이나 도가적 염원 등을 담은 이름을 붙여 두었다. ‘탁영반’은 ‘세상이 올바르면 벼슬을 하고, 어지러우면 은둔한다’는 뜻을, ‘관란석’은 ‘배우는 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도에 이른다’는 뜻을 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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