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은 태생적으로 여름을 알지 못한다. 그곳의 평균 온도는 10~15도. 한여름에는 온도가 더 낮아져, 동굴 안은 막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처럼 서늘하다. 물론 그곳에 들어섰을 때,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데는 피서 외에도 다른 명백한 이유가 있다. 바로 수억 년의 세월을 거쳐 형성된 오래된 풍경이 그곳에 오롯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현란한 문명의 이기와는 감히 견줄 수 없는, 동굴에서의 신비로운 여름.
 
■ 동굴, 이제 여행지로 떠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의 자연유산인 동굴은 조금씩 변신을 시도하였다. 인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오직 자연의 전유물이었던 동굴이 하나의 고대 박물관으로 진화를 거듭한 것이다.

때문에 이름 난 동굴 속에는 그곳이 덜 낯설도록 조명이 설치되어 있음은 물론 동굴로 들어서는 길이 음산하지 않도록 자연의 유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길도 나 있다. 덕분에 이전에 비해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화려한 조명을 통해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종유석과 석순들의 환상적인 자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동굴이 밀집한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강원도 삼척과 충청북도 단양을 들 수 있다. 동굴의 고장으로 비교적 오래 전에 알려진 단양은 곳곳에 동굴이 분포되어 있으며, 뒤늦게 동굴이 알려진 삼척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환선굴이 자리하고 있다.

■ 크고 작은 동굴의 고장, 단양

단양팔경으로 명성이 자자한 충북 단양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동굴에 관한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그만큼 동굴과 아주 오래전부터 동고동락 해 온 고장이 바로 단양이다. 그 중에서도 약 4억5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온달동굴은 현재 천연기념물 제261호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온달산성에 위치한 온달동굴의 특징은 담백색 종유석과 석순 등이 잘 발달되어 내부 비경이 웅장하고, 동굴의 진입로가 수평을 이루고 있다는 것. 또한 아기자기한 석순이 많고 동굴 내부의 지하수량이 풍부하여 현재까지도 생성물이 자라고 있는데 노래기, 지네, 곤충 등은 온달동굴이 보유하고 있는 생물의 종류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고수동굴은 태곳적 신비를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천연기념물 256호로 지정되어 있는 고수동굴은 기기묘묘한 석순과 종유석이 많기로 유명하다. 독수리가 하늘을 날다가 잠시 땅에 내려앉는 형상의 ‘독수리바위’, 단양팔경의 으뜸인 ‘도담삼봉 바위’ 등은 마치 의도적으로 빚은 조각품들을 전시해놓은 듯하다.
 
이외에도 높이 14.5m의 동양 최대의 석순인 ‘황금주’를 비롯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형상인 물개바위 ‘해구암’, 청명한 물방울이 끝없이 이어지는 ‘황금폭포’ 등 볼거리가 많은 동굴임을 확인시켜준다.

고수동굴에서 멀지 않은 천동동굴 역시 단양 동굴 투어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대부분의 동굴이 남성적인 반면, 천동동굴은 여성적이고 섬세한 느낌의 동굴로 유명하다.

천동동굴은 입구가 협소하여 20여m를 기어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비교적 지하수의 침투 양이 적어 동굴 천장에서의 낙수도 소량이며, 종유석과 석순의 생성 또한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남성적인 동굴의 장대한 멋을 느끼기보다는 덜 여문 듯 풋풋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동굴에는 ‘북극고드름’이라 불리는 길이 3m 크기의 석순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맑은 지하수가 고여 생성한 동굴 연못의 소박한 멋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40~50도의 급경사를 이루는 동양 최대의 수직 동굴인 노동동굴도 특별한 가치를 지닌 동굴이다. 노동동굴의 지하 200m 지점에서는 빙하기시대의 변화를 입증해 주는 강자갈과 모래가 발견되었으며, 불곰뼈 화석과 더불어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262호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동굴 안에는 거대한 암수의 용 두 마리가 어울린 모습의 ‘용두암’을 비롯해 마치 서양호박같은 ‘에밀레종’, 거대한 폭포수가 흘러내려 극치를 자아내는 ‘지하백옥 폭포’ 등 군데군데 장관을 이루는 풍경이 숨어 있다.

■  등산을 벗 삼은 동굴 여행, 삼척

단양의 동굴들이 그리 높지 않은 산악지대에 분포되어 있다면, 삼척의 동굴들은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동양 최대의 동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환선굴은 총 길이만 6.2km. 일반에 공개된 동굴은 왕복 1.6km에 불과하지만 이 구간만으로도 충분히 땅 속 깊숙이 뚫려 있는 굴임을 알게 한다.

환선굴은 고지대에 위치한 자연 동굴인 만큼 입구에 다다르기까지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주차장에서 해발 800m 고지의 환선굴 초입까지는 약 1.3km의 경사진 길을 올라가야 한다. 대신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중간중간 강원도의 전통가옥인 굴피집과 전통방아인 통방아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환선굴은 입구부터 그 규모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할 만큼 웅장하며 전체 소요시간은 최소 한시간 정도 걸린다. 동굴 안은 거의 전 구간에 걸쳐 계곡과 폭포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물이 많다. 아찔함이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은 ‘지옥계곡’, 가장 넓은 공간인 ‘통일광장’ 등은 관광객들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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