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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7 사과꽃 & 복사꽃 여행



봄 꽃이 필 즈음, 앙상한 뼈대로 겨울을 살던 과실나무 군락도 한 폭의 화사한 패브릭으로 변신한다. 알찬 열매로의 꿈을 담은 과실나무 꽃들이 일제히 개화를 서두르는 것이다. 그로부터 산비탈과 신작로를 사이에 둔 과수원의 풍경이 바뀌는 건 순간이다. 가지 끝에 눈송이처럼 부풀어 있는 풍성한 꽃송이는 풍년을 약속하는 꽃들의 제스처.
 
과수원으로부터 번지는 달콤하고도 향긋한 꽃 향기 속엔 이미 탐스런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듯하다.

■ 사과꽃 향기는 산자락을 타고 퍼진다

경북 영주는 전국 사과 생산량의 13%를 차지할 만큼 사과의 명산지이다. 따라서 지나는 곳곳에 사과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 봄이 들면 과수원이 자리잡은 야트막한 야산과 들판은 사과꽃 무리로 불을 밝힌 듯 환하게 물들어간다. 사과꽃은 대부분의 과실나무와 달리 잎이 먼저 난 후 꽃이 피기 때문에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향기만큼은 유독 짙어 사과꽃의 꽃말마저 ‘유혹’이다.

영주에서도 소백산 자락인 옥녀봉으로 들어가는 시골길의 양편은 온통 사과밭 지천이다. 사과꽃 향기에 취하는 줄도 모르고 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옥녀봉 자연휴양림에 닿는다. 울울창창한 삼림을 병풍 삼아 들어선 옥녀봉 자연휴양림에서 소백산 자락으로 고개를 들면 소백산 국망봉, 비로봉, 도솔봉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들어온다.  

풍기읍내에서 희방사 가는 길 역시 사과꽃 향기가 그윽하게 넘쳐난다. 희방사에서 죽령주막까지 이어진 죽령옛길은 선비들이 한양 가는 과거길이자 보부상의 애환이 묻어있는 길. 이즈음 이 길의 정서는 사과꽃 향기가 더해져 더욱 애잔해진다.

읍내에서 부석사로 향하는 931번 지방도로와 영주시내에서 부석사로 나 있는 935번 지방도로 역시 양쪽에 사과밭을 끼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특히 부석사 무량수전까지 이르는 오솔길은 사과꽃 향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어 사색의 길로 불릴 정도. 꽃 내음에 취해 천년고찰 부석사에 이르는 느낌은 사뭇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부석사 주변 마을에서는 사과꽃 향기가 진동할 즈음, 도시인들을 위해 사과꽃 따기 이벤트를 연다. 가지마다 한 두 송이의 꽃을 제외한 나머지 송이들을 따는 적화 작업이 그것인데, 크고 옹골찬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한 사과농사의 한 과정이다. 이벤트에 참여하면 지난해 농사지은 사과로 빚은 사과감주, 사과조청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사과꽃 명소로 꼽히는 전남 장수군에서는 올해로 다섯 번째 사과꽃 축제를 연다. 4만5000여 평의 드넓은 과수원을 온통 하얗게 뒤덮은 사과꽃을 만끽하며 농촌의 향수에 젖음은 물론 사과껍질 깎기, 사과나무에서 보물찾기, 장수사과 퀴즈왕 선발 등 사과나무와 관련한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몸소 체험해 보게 된다.

■ 수줍음으로 물든 무릉도원, 복사꽃 군락 

향기짙은 사과꽃이 붉게 봉오리 맺어 하얗게 흐드러진다면, 복사꽃은 봉오리를 맺는 순간부터 꽃잎이 모두 열리기까지 온통 수줍은 분홍빛 그 자체다.

복사꽃의 본거지는 대게의 고장이기도 한 영덕.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 쪽으로 한바탕 대게 축제가 벌어지는 동안 영덕의 산과 들판은 복사꽃 피는 봄 동산 풍경 일색이다.

특히 영덕에서 안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품면 일대 34번 국도변의 12㎞ 길은 연분홍 치마 같은 복사꽃이 들과 언덕을 덮는다. 동진 때의 시인 도잠이 ‘도화원기’에서 읊은 “한 어부가 복사꽃 향기에 취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강안 동굴로 들어서니 그곳에 무릉도원이 있었다”는 시 구절이 절로 입에 담기는 풍경이다.

지품면에 접어들면 연분홍 복사꽃이 진분홍으로 한층 색감이 깊어진다. 오십천을 따라 늘어선 복숭아밭은 마치 물결처럼 굽이친다. 탐스러운 꽃송이가 가지에 잔뜩 붙어 있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밭고랑 사이로 바지런한 농부들은 벌써 꽃잎을 따는데 바로 이것이 솎는 작업이다.

지품면을 지나 옥계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69번 지방도로 쪽으로 향하면 또 하나의 복사꽃 천지가 펼쳐진다. 영덕과 더불어 국내 최대의 복숭아 생산지인 청송도 곳곳이 울긋불긋하기는 마찬가지.
 
영덕과 청송을 잇는 34번 국도변은 대부분 복숭아밭으로 규모는 무려 115만 평이나 된다.
영덕 복숭아밭의 역사는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사라호 태풍이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든 후 주민들은 그곳에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봄이면 화사한 마음의 감동을 얻었고, 가을이면 알알이 풍성한 희망을 거두었다. 복사꽃의 화사한 풍경은 영덕 복사꽃 축제를 통해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게 분홍빛 설렘을 안겨주고 있다.

복숭아 재배 역사로는 영덕과 강릉을 훨씬 앞서는 원주 치악산 기슭이 있다. 영덕 복숭아밭이 대부분 야트막한 등성이나 평평한 들판에 형성되어 있다면 이곳의 복숭아밭은 치악산을 배경 삼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복사꽃 장관을 통해 봄의 정취를 만끽한 후 산세가 좋은 치악산 산행을 겸할 수도 있다.

복사꽃 명소로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곳은 강릉 복사꽃 마을로, 이곳은 주문진에서 서북쪽으로 4km정도 떨어진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영동 최대의 과수마을로 꼽히는 강릉 복사꽃 마을은 마을지명이 말해주듯 봄이면 복사꽃으로 노을 지는 마을이다. 바다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농업을 하기 때문에 짭조름한 바다 향기와 상큼한 복숭아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특히 이 마을에서는 매해 봄마다 복사꽃이 한창일 때를 택해 복사꽃축제를 벌인다. 축제 기간에는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된 곳인 만큼 다양한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허수아비 만들기는 이곳만의 특별한 이벤트. 농촌체험을 마쳤다면 오염되지 않은 바다가 펼쳐진 주문진 항을 거쳐 주문진 등대까지 바다를 동반한 산책을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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